[맞짱 토론] 저출산 해결 위한 학제개편 논의 타당한가

입력 2015-10-30 20:40  

[ 이미아 기자 ] 새누리당과 정부가 최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만 3~5세 누리과정 중 만 5세 과정을 프리스쿨 개념으로 공교육화해 현 6년제인 초등학교 과정을 5년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중학교 입학 연령이 현재보다 1년 낮아진다. 또 청년층이 1년이라도 먼저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대학 학제를 현재 4년에서 2~3년으로 줄이는 방안도 논의됐다.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청년층의 만혼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와 대학의 학제 개편, 산업현장 수요에 맞는 대학 전공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여당과 정부 측 판단이다.

이번주 맞짱토론에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학제개편 논의의 타당성에 대해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의 찬반 주장을 소개한다. 학제개편을 찬성하는 쪽에선 학령기 아동 인구 감소와 교육환경에 따른 변화 대비, 학벌 중심 사회문화 개선, 젊은이들의 빠른 사회진출을 위해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대 측에선 섣부른 학제개편 논의가 자칫 유아 발달기와 맞지 않는 교육 과정을 낳을 우려가 많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자녀가 어릴 때부터 자녀교육을 사교육 시장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맞서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학제 개편을 논한다는 건 견강부회”란 지적도 적지 않다.

찬성 / 아동인구 감소·성장 속도 등 감안…취학연령 만5세로 하향조정해야

진로교육 강화해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여당과 정부에서 학제개편 논의를 다시 내놓은 건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비록 부분적으로는 논리적 비약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선 아동인구 감소, 국제화 등 사회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면적인 학제개편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의 신체·인지 성장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점, 과도하게 낮은 합계출산율, 선진국보다 높은 사회진출 연령 등도 감안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평균 취업 연령은 27.2세로 OECD 평균(22세)보다 높다. 또 30세 이전의 기혼 여성과 이후의 기혼 여성 간 출산율에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둘째, 개인의 노동생산성 극대화와 더불어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 증진을 위해 현행 학제 및 취학 연령의 적절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진로교육 강화를 통해 노동시장 간 원활한 연계를 도모해야 한다. 또 주요 선진국들의 학기제를 참고해 학교별 수업 연한의 재조정, 가을학기제 도입 등 종합적으로 학제개편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취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하향조정하고, 조기진급과 조기졸업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학벌중심의 사회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특수 고등학교와 전문대 등 직업교육을 마치고 일선 현장에 곧바로 투입된 근로자들이 사회에서 보람을 찾고, 대학 졸업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민간과 정부 간 투자 보완성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재정 분야에서 체계적인 성과관리제도도 정착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기업의 연구개발비와 잠재적 교육투자 재원 등 자발적 투자를 최대한 흡수하고, 국·공립학교의 질을 높여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래 교육은 획일적 주입식 대신 다양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인재의 창의성 발현을 지원해야 한다.


넷째, 사회 통합을 위한 저소득층 교육지원제도 정비가 수반돼야 학제개편은 의미가 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교육 초기단계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 이미 우리는 만 3~4세 아동들도 누리과정의 일환으로 유아 교육과 보육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유아 교육이 보편적인 공공 서비스로서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젠 1950년에 만들어진 ‘6-3-3-4 학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됐다. 물론 급하게 서둘러선 안 된다. 지금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뉘어 실시되고 있는 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놓고 진통이 여전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정부 사업의 낮은 효율성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나오는 이유는 인적 자원 관련 정책의 조율 기능이 약하고, 중앙집권적이고도 폐쇄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교육과 보육, 보건 고용 복지 등 인적 자원 관련 정책이 개별 부처에 흩어져 있다. 각종 정책 및 사업의 부처간 조율·연계가 여전히 취약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인적자원개발회의’를 발족해야 한다. 과거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개발부로 승격 개편하고, 인적자원개발기본법을 제정해 시행한 적도 있다. 이제는 교육부가 모든 부처를 아우르는 국가 인적 자원 활용 차원에서 학제개편방안을 열린 방식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

반대 / 학제개편, 유아발달 시기 고려해야…0~2세 영아교육 전문화가 더 시급

개별 학생들 잠재력 이끌어내는 교육 필요

최근 만 5세 미취학 아동을 초등학교 1학년이 되게 하고, 초등학교 연한을 5년으로 한다는 내용의 학제개편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만 10세에 중학생이 되고, 만 16세에 대학에 입학하고, 만 20세 이전에 사회 진출이 가능해지고 결혼도 앞당길 수 있어 저출산 및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필자는 이 같은 학제개편안에 강력히 반대한다. 국민들 역시 이에 대해 “졸속 재탕 교육개혁안”, “교육을 사회 유지를 위한 부품으로 보는 경박한 시각”, “아이 낳기가 두려운 정책” 등이라 말하며 차가운 시선으로 질책하고 있다.

매년 3월 유아교육 기관의 만 5세 학급에 오는 유아들 중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한글을 깨우치는 사례는 약 10%뿐이다. 유아교사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놀이·활동으로 어린이들을 도우며 즐겁게 한글을 깨우치도록 한다. 그런데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성급한 엄마들을 사교육 시장에 더욱 의존하게 할 것이다. 이 방안에 찬성하는 이들은 “초등학교의 교육방법을 유치원처럼 바꾸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말이라 생각한다.

읽기·쓰기·수학 등의 학습 능력은 뇌의 ‘각회’란 부분이 관장한다. 각회는 현행 기준 초등학교 3, 4학년 시기에 발달한다. 뇌에서 인성 요소들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변연계는 각회보다 훨씬 이른 시기인 만 6세 미만, 더 좁히면 만 3세 미만에 발달하기 시작한다. 뇌 연구자들이 “가정의 부모, 유아교육 기관 교사들이 아동에게 주는 작은 사랑의 몸짓과 행동은 뇌세포 연결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는 게 이 때문이다.

영유아기에 사랑을 받지 못하면 ‘감정의 장님’이 돼 버린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후에도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20세기 이후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나 폭력이 증가한 이유도 다 뇌에 있다고 본다. 너무 이른 나이에 초등학교에 보내 지식습득 뇌를 활성화하다 보면, 유아의 인성 관련 유전자 발현이 악영향을 받아 차후에 사회적 문제를 더 많이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또 이를 막는 데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간다. 취학연령 하향화로 학제를 개편하려는 이번 안이 나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출산이 이미 진행된 한국에선 단 한 명의 어린이도 소홀히 키워선 안 된다. 한 명 한 명의 아동이 행복감과 공감, 배려와 정직함, 책임감을 느끼도록 성장할 수 있게 교육하지 않는다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0~2세를 위한 양질의 영아교육이 절실하다. 아기 양육방법을 가르치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자.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관에 아기를 맡겨야 하는 한부모 가정이나 저소득층의 아기들은 양질의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재보다 더욱 전문화된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만 5세 아동 취학 대신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및 영아교육 전문화를 강력 제안한다.

또 외형적 교육제도만 바꾸려 하지 말아야 한다. 유치원은 유아학교로 바꾸고, 유·초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보자.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는 교육으로 탈바꿈하자.

아울러 영유아·초등학교 학생들이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단 2~3시간이라도 늘도록 가정친화적 정책을 펴자. 지금 심리적으로 혼자 자라며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은 마음에 잠재적 위험인자를 기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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